공지사항 상세페이지

목록보기

[인터뷰] 실리(實利)보다는 세력(勢力)을 추구하는 물류인을 만나다.


...

지난 로지스코드 2호에서 “국내 물류기업 임원들의 전공을 통해 살펴본 국내 물류 산업의 특성과 발전 방안의 제안:(최해원 주임 연구원)이라는 원고를 기고한 적이 있었다. 국내 물류 기업 임원 중 30%가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24%가 공학, 그 뒤로 경제학, 문학, 행정학 등이 뒤따른다고 한다.
네오시스템즈 이봉현 대표는 이 중에서도 5%에 해당하는 기타 전공에 속하는 희귀한(?) 사람이다. 물류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수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이번 인터뷰는 그가 수학자가 아닌 물류인의 길을 걷게 된 이유와 그 속에서 그가 가진 신념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수학과 정보공학, 그리고 물류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좋아했다는 이봉현 대표는 자연스럽게 수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단순히 좋아서 선택했던 전공이지만 막상 학습을 시작해보니 실용성이 떨어져 고민을 하던 차에 호기시에 가입한 ‘컴퓨터 서클’에서 새로운 길을 찾았다고 한다.
당시 가입했던 서클은 맥킨토시 1대로 운영되는 곳으로 지금의 눈으로 보자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는 이 서클에서 배운 Data구조에 흥미를 가졌고, 정보 공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수학과 정보공학 모두 논리적이라는 측면에서 그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수학을 전공하고 정보공학을 부전공했던 그가 물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군대에서 군수장교를 맡게 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군수참모 교육을 받으며 느낀 바가 많았다고 말하는 그는 그 당시 막연히 ‘물류에 답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졸업 후 , 삼성항공으로 입사해 물류 software부서에서 근무하던 중 창업 붐이 일자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1998년 네오시스템즈(주)를 설립했다.학창시절 그는 수학을 공부하면서 이 학문이 도대체 어떤 더움이 될까 싶었지만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물류인의 길을 걸어오는데 있어 수학이 자양분이 되었다고 말한다.
현재 물류의 트렌드인 최적화를 함에 있어서도 수학이 기본이 되며, ‘B2C 배송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수학을 사용했다고 한다. 수학에서 정보공학, 마지막으로 물류에 이르기까지 얼핏 보면 아무 연관 없어 보이는 세 가지 분야가 조화를 이루어 네오시스템즈(주)라는 회사의 기반이 되지 않았나 싶다.

실리(實利)보다는 세력(勢力)을 추구한다.
바둑이 취미라는 이봉현 대표는 세력바둑으로 유명한 ‘다케미야마사키’의 기풍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바둑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연속에서 실리냐 세력이냐를 택하는 것이 아마도 가장 괴로운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 당장에 돈이 되는 실리를 택할 것이냐,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은 없지만 쌓아서 미래에 힘이 될 수도 있는 세력을 택할 것이냐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선택이다.
이봉현 대표는 망설임 없이 ‘세력’을 선호한다고 말하며 네오시스템즈(주) 또한 ‘세력진출’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초기 10년간 꾸준히 투자해온 것들이 지금에서야 빛을 발한다고 말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더뎌 보이고 당장에 실속은 없어 보일지언정,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의 네오시스템즈(주)를 보자면 그의 기풍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업체들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요즘 창립 17주년을 맞는 네오시스템즈(주)를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 있기까지 그에게도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우여곡절의 중심에는 항상 사람이 있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사람’을 얻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대기업을 다니다 퇴사한 그는 대기업의 역량은 개인의 역량이기보다는 회사가 가진 역량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고 말한다. 이처럼 회사가 역량을 갖추고 있으면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개인의 역량으로 채워야 하는 부분이 많기에 직원들이 지친다는 것이다.
인력 의존적인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봉현대표는 올해 시스템 경영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회사 설립 5년차에 영업팀을 없애다.
다른 회사에는 있지만 네오시스템즈(주)에는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영업팀이다.
회사의 꽃은 영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업은 회사가 지속되기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인식되지만 이봉현 대표는 영업이 아닌 마케팅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고자 한다. 일명 ’Spider Marketing’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 거미처럼 좋은 목을 지키고 있으면 고객이 요청을 할 경우에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성공전략이다.
해외 선진 기업의 기반 기술과 유사한 수준까지 기술력을 끌어 올리고 거기에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해 준비를 하고 있으면 고객이 필요로 할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 준비를 해놓는다는 이 전략에서도 그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인지 수주하는 프로젝트마다 수월하고 평범한 것이 아닌 어렵고 까다로운 것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에 고객사와 네오시스템즈(주)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하는 그의 대답에서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줄 수는 없다.
앞서 이야기한 ’Spider Marketing’ 전략의 성공은 기술력에 대한 꾸준한 투가 외에도 그가 꿋꿋하게 고수한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혹스럽게도 그는 고객의 모든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간이며 쓸개며 모두 빼준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그의 이러한 말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 이유를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스운 말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 제품이 우수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는 서양의 시스템이 문제가 있어 사용에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우리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그런 것이라는 겸손한 생각까지 가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 토종 한국 기업인 네오시스템즈(주)가 길게 살아남는 방법은 브랜드를 고수하는 것이었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네오시스템즈(주)의 브랜드를 없애고 자신들의 회사명을 기입해 시스템을 개발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브랜드를 고수하지 못하면 우리의 CORE를 잃는 것이라 생각해 해당 프로젝트를 과감히 포기했다.
우리의 브랜드가 아닌 우리의 인력만 파견해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그것은 인력 파견회사와 다를 바가 없다며, 이런 경우 결국에는 그 회사는 없어지게 된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확고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선택하거나 진행함에 있어 고객이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시스템에 손을 대는 일은 하지 않는다. 물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Customizing은 당연히 하는 것이지만 지금 당장의 편의를 위해 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은 언젠가는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제각기 타당한 이유와 필요성이 있어 존재하는 것인데 이를 조금씩 바꾸다 보면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문제를 안고 올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확고한 그의 신념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이를 이해하고 믿어주는 파트너 같은 고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류에는 아직 할 것이 많다.
물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 누구보다 철학적이고 범우주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물류는 ‘인류와 함께하는 것이자 인류가 필요로 하는 것이다’라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그는 규모의 크고 작음은 있겠지만 우리의 삶 속에 물류는 항상 존재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함께할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오프라인의 쇼룸화 추세가 커지는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물류가 일반인들에게도 점차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특히 물류 시스템 분야는 과거에 일부 대기업 외에 누가 물류 시스템을 사용하겠냐는 인식이 만연했으나 현재는 대기업이 아닌 기업들도 물류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고 정보화를 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물류 정보를 수기로 관리하는 곳도 많다 보니 아직도 시장을 크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물류에 처음 발을 들인 사람이나 망설이고 있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그는 자신 있게 말한다. ”물류에는 아직 할 것이 많다.”

[LogisCode 2015년 4월]


목록보기